초등생과 교사 로맨스 드라마 제작 논란…그루밍 범죄 미화 우려 확산

초등학생 제자와 여교사 사이의 연애 감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 비판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교육자 단체들은 해당 드라마가 그루밍 범죄를 미화하는 위험한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제작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논란이 된 드라마는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동명 웹툰의 판권 계약을 마무리하고 정식 드라마화가 추진되고 있다.
해당 작품은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여교사인 주인공이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
온라인 게임을 통해 뛰어난 실력을 가진 상대를 만나게 되고, 이후 그 상대가 자신의 초등학생 제자 임당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설정은 단순한 상상력이나 허구의 영역을 넘어, 아동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교육자-학생 간
신뢰관계 훼손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웹툰 원작 자체도 연재 당시부터 부적절한 설정으로 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독자들 사이에서는 “로맨스를 빙자한 아동 성적화”, “교사와 학생 간 권력관계 왜곡”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일부 플랫폼에서는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소재가 드라마라는 보다 대중적이고 파급력이 큰 매체로 확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육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드라마의 제작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교총은 “창작과 예술적 독창성이라는 명분 아래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명백한 그루밍 범죄를 미화하는 콘텐츠”라고 단언했다.
이어 “교사는 학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에 임해야 하며, 여타 직종보다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을 요구받는
직위”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지위를 악용하는 설정은 교육자의 역할을 왜곡하고, 교육 현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또 해당 드라마가 자칫 현실에서 벌어지는 그루밍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고,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 간 관계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드라마가 대중문화 콘텐츠로 소비될 경우, 실제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과 범죄의 본질이 흐려지고, 오히려 범죄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매일같이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교사들의 명예와 노력이 이러한 작품으로 인해 오해와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교사와 학생 간의 권력관계는 절대적인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그 어떤 개인적인 감정이나 친분도 이 관계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이를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대중매체로 재현하는 것은 교육 철학에 반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드라마처럼 미성년자와 성인의 관계를 낭만적으로 미화하는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경우, 사회 전반의 윤리 감수성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드라마 제작 논란을 넘어, 문화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의 책임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의 경우,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감안해 보다 엄격한 윤리 기준과 자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청자의 선택권과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취약 계층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적 신뢰를 해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