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면 괜스레 기분이 처질 때가 있다.
회색 하늘과 젖은 거리를 바라보며 하루가 무채색으로 흘러가는 듯한 기분.
하지만 어떤 영화는 그런 비 오는 날을
가장 완벽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바꾸어 놓는다.
우산 속 두 사람의 미소, 머리칼을 적시는 빗방울,
그리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 더욱 진해지는 감정들.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은
우리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묻는 영화다.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하루가 아닌 아닌,
오늘이라는 평범한 날을 조금 더 사랑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장르:로맨스, 드라마, 판타지
제작:워킹 타이틀 필름스
감독:리처드 커티스
원작:오리지널 시나리오

주인공 팀은 21살이 되던 날, 아버지로부터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듣게 된다.
자신들의 가문 남성들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는 이 특별한 능력을 사랑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곧, 런던에서 메리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첫 만남,
놓쳐버린 타이밍들, 어긋난 대화.
하지만 팀은 시간을 되돌려
조금씩 더 나은 순간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사랑을 완성해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깨닫는다.
모든 순간을 고치기보다,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어바웃 타임’은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그는 이전에도 ‘노팅 힐’, ‘러브 액츄얼리’ 등 감성적 로맨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타임슬립 영화가 아니라,
삶과 사랑, 가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리처드 커티스는 실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팀의 아버지 캐릭터를 구상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음에도
결국은 평범한 하루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감독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런던과 콘월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
자연광을 살린 따뜻한 색감으로
관객에게 아늑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로맨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가족 간의 이별을 다룬 장면들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 팀 역의 도널 글리슨은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엑스 마키나’, ‘스타워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어바웃 타임’을 포함해
세 편의 시간여행 영화에 출연하며 ‘타임슬립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이 작품을 마지막 장편 연출작으로 삼았으며,
영화 속 아버지와의 관계는 실제 본인의 경험을 투영한 것이라 밝혔다.
감독과 배우들의 진심이 스며든 이 영화는
스크린 밖에서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작품으로 회자된다.

시간이 흘러 어쩔 수 없이 지나간 일들을 되짚는 대신,
눈앞에 있는 사람을 더 진심으로 대하고,
당연한 듯 흘러가는 일상에 더 많은 감사를 느끼게 만드는 영화 어바웃 타임
비 오는 날, 회색 하늘을 원망하기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조금 더 느리게 아끼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표현하라고,
‘어바웃 타임’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마법처럼,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방식으로 전해주는 영화다.

오늘 집에 돌아가는 길, 우산 안에서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말 한마디를 생각하며
비오는 날 하루를 마무리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비 오는 날 생각나는 마법 같은 이야기, 이웃집 토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