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방화범 구속기소… 임산부 못 피한 상황서 불질러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피의자가 철저한 사전 준비 끝에 범행을 감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특히 휘발유에 미끄러져 대피하지 못한 임산부 승객이 있는 상황에서도 불을 질러 공분을 키우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전담수사팀은 25일 원모 씨를 살인미수, 현존 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원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2분경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운행 중이던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열차 내 승객 약 160명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며, 이 중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찰 수사 결과 원 씨는 이혼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하고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사건 열흘 전인 5월 21일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3.6리터를 구매하고, 토치형 라이터도 함께 마련했다. 이어 사건 전날에는 휘발유를 지닌 채 1호선, 2호선, 4호선 등 주요 혼잡 구간을 돌며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당시 그의 동선에는 서초역, 영등포역, 삼성역 등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는 범행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원 씨가 일부러 열차의 네 번째 칸에 탑승해 터널 통과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는 열차 중간 위치에서 승객 탈출이 어려운 지점을 노린 것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범행으로 판단된다.
특히 방화 당시 임산부 승객이 휘발유에 미끄러져 쓰러진 채로 있었음에도 원 씨는 불을 붙였으며, 이는 단순한 자해 목적이 아닌 타인 생명에 대한 명백한 위협 행위로 해석됐다.
검찰 조사에서 원 씨는 방화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방화를 통해 불에 타 죽을 마음으로 범행했다”며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방화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 전 전 재산을 친족에게 송금하며 신변을 정리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원 씨의 범행이 철저히 계획되고 고의성이 높은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엄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대중시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향후 법원의 판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사건 이후 열차 내 위험물 반입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지하철 역사 및 차량 내 감시카메라 운영을 전면 재점검하는 등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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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