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 보물 지정 예고

국가유산청은 조선 영조 시대 궁중 행사를 담은 8폭 병풍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을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29일 예고했다.
이 병풍은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 중인 작품으로, 1747년 숙종 비 인원왕후 김씨의 회갑을 맞아 존호를 올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경복궁 옛터에서 열린 정시와 영조가 하사한 어제시에 신하들이 화답한 연구시를 담고 있다.
총 8폭으로 구성된 이 병풍은 ‘영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기록과도 정확히 일치하며, 회화사적 가치가 높다.
제1폭에는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열린 정시 장면이 묘사돼 있으며, 화면 상단에는 백악산, 중앙에는 어좌와 차일, 하단에는 금천교인 영제교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당시 정시에서는 이유수 등 15명이 선발됐다.
제2폭에는 영조의 어제시가 실려 있고, 제3폭부터 제8폭까지는 좌의정 조현명을 포함한 50인의 신하가 운을 맞춰 함께 지은 연구시가 수록됐다.
병풍 전체에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등 경복궁의 주요 건축물이 자세히 그려져 있어, 영조가 경복궁을 중시했던 정치적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이 병풍은 궁중 행사를 표현한 이른 시기의 기록화이자 제작 시기가 명확한 기년작으로 회화사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 밝혔다.
또한 “단순한 행사 묘사를 넘어 영조의 정치 철학과 국가 운영 방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재”라고 알렸다.
이번 예고에서는 병풍 외에도 조선시대 전적과 목판 5건이 함께 포함됐다.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이 소장한 ‘자치통감 권81~85’는 15세기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금속활자본으로, 전해지는 수량이 매우 적은 귀중한 자료다.
이 외에도 청도 운문사 소장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을 비롯해 3건의 불교 의식 관련 목판이 함께 보물 지정 예고됐다.
국가유산청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을 포함한 6건의 문화재를 보물로 확정 지정할 계획이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