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사태 틈탄 ‘과도한 마케팅’ 논란…경쟁 통신사들 “대리점 주의 당부”

SK텔레콤(SKT)의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쟁 통신사
대리점들의 행태가 논란을 낳고 있다.
이용자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일부 KT와 LG유플러스 대리점이 자사 고객 유치를 위해 SKT 해킹 사건을 직접 언급하는 방식의 과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KT와 LG유플러스 대리점은 SKT 해킹 사태를 직접 거론하며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현수막, 입간판, 문자 메시지 등을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는 KT 매장 앞에 “SK 해킹, 지금 이동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입간판이 버젓이 설치된 모습이 확인됐다.
또 다른 KT 대리점에서는 “SKT 고객 대상 유심 무상 교체 매장 운영 중”이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SKT
고객이 KT로 번호 이동을 하면 유심을 무료로 교체해준다는 홍보까지 이어졌다.
LG유플러스 일부 대리점에서는 아예 문자 메시지를 통해 “SKT 해킹 사건으로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위험이 심각하다”며 “SKT의 가입자 수는 2300만명인데 비해, 교체 가능한 유심은 100만 개 뿐이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하며 통신사 변경을 권유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영업 방식이 불안에 휩싸인 고객 심리를 교묘히 자극해 통신사 이동을 유도하는 ‘선 넘는
상술’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실제로 번호이동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SK텔레콤에서 지난 28일 하루 동안
빠져나간 가입자 수는 2만5403명에 달했으며, 이 중 65.2%인 1만6570명이 KT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KT와 LG유플러스 양사 본사 측은 대리점의 자의적 행위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다.
KT 관계자는 “극히 일부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벌인 일로 보이며, 본사에서는 이런 과도한 홍보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제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LG유플러스 측도 “혹시 모를 과도한 영업이나 마케팅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매장 자체 제작물에 대한 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태는 유심 해킹이라는 민감한 보안 이슈를 자사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신사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업종 중 하나인 만큼,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정보 보호 체계와 더불어, 위기 상황에서도 윤리적인 마케팅 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킹 사고와 같은 보안 위기 상황에서 기업 간 상호 신뢰와 공공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회주의적 마케팅은 일시적인 고객 유치는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잔했다.
이어 “이러한 일탈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본사 차원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