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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공포 기억 조절 뇌 회로 세계 최초 규명
KAIST 연구팀이 신체적 고통 없이 심리적 위협만으로 형성되는 공포 기억을 조절하는 뇌 회로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 회로는 PTSD,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치료의 핵심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감각적 고통 없이도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 의해 공포 기억이 형성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 회로인 ‘pIC–PBN’ 회로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회로는 후측 대뇌섬엽(pIC)에서 외측 팔곁핵(PBN)으로 이어지는 하향 신경 경로다.
기존에는 PBN이 주로 척수에서 통각 정보를 전달받는 통각 상행 경로로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비통각적 위협 자극에 의해서도 PBN이 공포 학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공포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포식자가 위에서 접근하는 상황을 재현했다.
생쥐에게 천장에서 빠르게 커지는 그림자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각적 위협만을 제공한 결과, 신체 자극 없이도 공포 기억이 형성됨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신경세포 활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화학유전학과 광유전학 기법을 활용해, pIC에서 PBN으로 이어지는 신호 전달 과정이 공포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시각적 위협 자극 이후 pIC 뉴런이 활성화되며, 이는 PBN 뉴런의 활성에 필수적이었다.
연구 결과 pIC–PBN 회로를 억제하면 시각적 위협 자극에 의한 공포 기억 형성이 크게 줄었고, 반대로 이 회로만 인위적으로 활성화해도 공포 기억이 유도됐다.
그러나 선천적 공포 반응이나 통각 기반 공포 학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해당 회로가 정서적 고통 정보에 특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KAIST는 “이번 연구는 ‘정서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서로 다른 뇌 신경회로에 의해 처리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례”라 전하며
또한 “특히 정서적 고통을 전달하는데 특화된 신경 회로 pIC-PBN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신경과학 분야에서 큰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한준호 박사는 “저희 강아지 ‘레고’는 오토바이를 무서워하는데 실제로 부딪치진 않았음에도 그 이후로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겁을 먹는다”라 말했다.
그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사고를 실제로 겪지 않더라도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나 자극적 미디어 노출만으로도 공포 기억이 생기고 결국 PTSD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포 기억에 관한 연구는 신체적 고통에 기반한 실험에 의존해 왔는데 실제 인간의 공포 기억은 신체적 고통보다는 심리적 위협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라 말했으며
또한 “이러한 심리적 위협을 처리하는 뇌 회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PTSD,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정서적 고통을 주 증상으로 하는 정신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 논문은 KAIST 생명과학과 한준호 박사와 서보인 박사과정이 공동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5월 9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