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민, 규정타석도 안 채웠지만…MVP급 존재감

KT 위즈 안현민이 2025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1위를 기록하며, MVP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신인왕은 물론, 시즌 MVP 경쟁까지 거론되는 이례적인 행보다.
2022년 입단 후 별다른 활약 없이 군 복무를 다녀온 그는 이번 시즌이 사실상 2번째 풀타임 시즌이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기용되기 시작해 6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성적은 압도적이다. 타율 0.356, 홈런 16개, 타점 53, OPS 1.113.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특히 출루율 0.465와 장타율 0.648은 타자 부문 1위.
기존 기록 보유자인 롯데 빅터 레이예스(타율), KIA 최형우(출루율), 삼성 디아즈(장타율) 모두를 압도하고 있다.
WAR 수치도 4.60으로 전체 4위이자 타자 중 1위다. LG 박동원(4.18, 84경기), 키움 송성문(3.94, 91경기)보다도 월등하다.
누적 스탯이 반영된 WAR 특성상, 경기 수에서 밀리는 안현민의 효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홈런 하나하나가 하이라이트다. 5월 10일 수원 롯데전에서는 시즌 최장거리인 145m 홈런을 쏘아 올렸다. 상대 투수 이강철 감독도 “오늘은 또 얼마나 멀리 날릴까”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올스타전에서도 팬과 전문가를 모두 매료시켰다.
지명타자 부문 선수단 투표 1위로 감독 추천을 받아 출전한 그는 경기 당일 고릴라 전신 탈을 쓰고 등장하며 관중을 웃게 했다.
이어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활약으로 우수타자상을 받았다.
반면 홈런 더비에서는 기대와 달리 4홈런에 그치며 탈락했지만, 그에겐 오히려 ‘의도된 결과’였다.
그는 “욕심을 내면 후반기에 부진할 수 있다”며 홈런 더비에 대한 부담을 줄였고, “출루율과 장타력을 유지하며 팀에 기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을 밝혔다.
홈런 더비 우승자 디아즈조차 “솔직히 우승은 KT 가이(안현민)가 할 줄 알았다. 내가 본 선수 중 가장 힘이 좋은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후반기를 앞둔 안현민의 목표는 분명하다. “타석에서 WAR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맞는 스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의 감각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다 보면 지금처럼 성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차분한 접근이 인상적이다.
이강철 감독은 “눈이 좋고 컨택 능력이 뛰어나 출루율이 오르니 타율도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 역시 “국내에서는 파워로 비견될 선수가 없다. 젊은 시절 박병호가 떠오른다”고 말하며, 그의 비범한 파워를 인정했다.
롤모델은 메이저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마이크 트라웃. 안현민은 “타율보다 OPS로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처럼 야구 내면에 대한 이해와 성숙한 자세는 그를 단순한 신인 유망주 이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올 시즌 MVP 경쟁에는 LG의 송승기, 삼성의 디아즈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경기 수와 기회가 제한된 안현민의 활약은 그 자체로 화제다.
지금처럼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신인왕은 물론 MVP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프로야구 신인왕 역사에 남을 만한 충격적인 등장을 알린 안현민. 그의 후반기 행보는 KBO리그 후반기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