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빌보드·스포티파이 휩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폭발적인 글로벌 인기가 음악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가상의 케이팝 그룹이 부른 OST 7곡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동시에 진입했고,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실존 아티스트 못지않은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케데헌 OST 중 걸그룹 ‘헌트릭스’의 ‘골든’이 지난주 81위에서 23위로 급등했다.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유어 아이돌’ 역시 77위에서 31위로 뛰어올랐다.
이 외에도 ‘하우 이츠 던’(42위), ‘소다 팝’(49위), ‘왓 잇 사운즈 라이크’(55위), ‘프리’(58위), ‘테이크다운’(64위) 등 다섯 곡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OST 총 7곡이 ‘핫 100’에 올라섰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도 전주보다 5계단 상승한 3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이같은 성과는 지난 4일 ‘유어 아이돌’이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이는 BTS ‘다이너마이트’의 3위를 뛰어넘는 성과로, 케이팝 그룹 가운데 최초로 해당 차트 1위를 기록한 사례다.
7일 기준 ‘골든’(2위), ‘유어 아이돌’(4위) 등 케데헌 OST 중 4곡이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10에 포진해 있다.
음악 외적으로도 흥행은 이어지고 있다.
틱톡에는 ‘#데몬헌터스’, ‘#소다팝챌린지’ 등 해시태그가 달린 챌린지 영상이 5200만 개를 넘어서며, 방탄소년단 RM, 트와이스, 제로베이스원, 몬스타엑스 등 실제 케이팝 스타들도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OST 중 ‘골든’을 아카데미 오리지널 주제가상 부문에 공식 출품했다.
이 곡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이재(본명 김은재)와 마크 소넨블릭이 공동 작업했으며, 이재가 직접 루미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노래까지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가 수상할 경우 케이팝 아티스트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자가 된다.
OST의 음악적 완성도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트와이스 정연·지효·채영은 ‘테이크다운’의 리믹스 버전에 참여했고, 멜로망스의 ‘어쩌면 사랑’은 극 중 삽입곡으로 등장했다.
블랙핑크를 제작한 프로듀서 테디를 중심으로 쿠시, 24, 빈스, 대니 정 등 더블랙레이블 소속 작곡가들이 ‘골든’, ‘소다 팝’, ‘유어 아이돌’ 등 주요 곡의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대니 정은 사자 보이즈 멤버 ‘베이비’ 역의 보컬도 담당했다.
군무 역시 더블랙레이블 안무가 리정이 연출해 실제 케이팝 퍼포먼스를 방불케 한다.
이처럼 OST가 애니메이션 인기를 넘어 독립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배경에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과 전략적인 기획이 있었다.
공개와 동시에 음원이 출시되며 팬들의 관심을 한데 모았고, SNS를 통해 밈, 팬아트, 댄스 챌린지가 순식간에 확산됐다.
미국 매체 더 데일리 비스트는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 마케팅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OST 수록곡들이 모두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여름용 팝송이며, 1990년대 말 데스티니스 차일드나 백스트리트 보이스 같은 그룹의 정서를 담고 있어 가족 단위 청취자에게도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도 “음악 자체보다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가상의 애니메이션 속 케이팝이 현실 음악 차트를 장악한 이번 사례는, K콘텐츠의 서사력과 글로벌 전략이 음악 산업에까지 미친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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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