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폭염 피해 지하로…호주 가족의 ‘더그아웃’ 생활 화제

섭씨 50도를 넘는 극한 폭염을 피해 지하 4미터 깊이에 주택 ‘더그아웃’ 을 마련한 호주 가족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 출신 사브리나 트로이지(38) 씨는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호주 남부의 사막 마을 쿠버 페디(Coober Pedy)에서 독특한 지하 주택 ‘더그아웃(dugout)’에 거주 중이다.
트로이지 씨는 원래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교육자로 일했으나, 호주 안식년 여행 중 현재의 남편을 만나 2013년 쿠버 페디에 정착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여름철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는 날도 많아, 트로이지 가족은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하 주택을 선택했다.
이들이 거주 중인 더그아웃은 지하 약 4m 깊이에 위치하며, 약 27만7천 호주달러(약 2억47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로이지 씨의 집은 거실 2개, 욕실 2개, 수영장, 실내외 스파, 포켓볼 테이블까지 갖춘 여유로운 공간이다.
냉방이 불필요하고 방음 효과도 뛰어나며, 호주 도시 내 일반 주택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쿠버 페디는 사막 지대 특성상 여름 기온이 극심하게 올라가는 지역으로, 전체 주민 1600여 명 중 60%가량이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더그아웃은 땅속을 파내고 구조물을 세워 만든 구조로, 자연적으로 실내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염 대응에 탁월한 주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로이지 씨는 “지하에서 사는 것이 지상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냉난방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실내 조명만 있으면 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을 닫으면 모든 소음이 차단되기 때문에 완전히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나는 지하 생활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불편한 점도 있다.
흙벽 구조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먼지가 떨어질 수 있고, 벽을 주기적으로 코팅하지 않으면 흙가루가 음식 등에 떨어질 위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프 위에 흙가루가 떨어진 적도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조용한 환경과 따뜻한 이웃들 덕분에 다시 선택해도 지하를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족의 사연은 온라인상에서 큰 관심을 끌며, 기후위기에 대응한 새로운 주거 형태로서 지하 주택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냉방비 절감과 안정적인 실내 환경을 원하는 이들에게 쿠버 페디의 사례는 대안적 주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