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대란’ 시작됐다…전문점도 메뉴 절반 중단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말차’ 열풍이 원료 공급에 비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말차음료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본을 비롯한 주요 생산국의 공급 역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홍콩 언론매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말차전문점 케틀티(Kettle Tea)가 전체 메뉴 25종 가운데 단 4종만을 남기고 나머지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케틀티 설립자 자크 맨건은 “깊은 풀 향과 강렬한 색상, 그리고 각성 효과를 가진 말차의 인기는 지난 1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특히 1년 사이 말차 시장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해도 물량을 댈 수가 없다”며 공급 한계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말차를 활용한 메뉴를 대거 출시하면서 수요는 더욱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일본 차 생산자들도 공급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서 15대째 차 재배를 이어온 오쿠토미 마사히로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더 이상 말차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그는 “말차 생산에는 장비, 노동력, 투자 등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가 우리 말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쁘지만 수요가 위협적일 정도다.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말차를 구매해 되팔려는 리셀러를 방지하기 위해 구매 수량 제한까지 두고 있다.
도쿄의 한 찻집 매니저는 “구매 수량을 엄격하게 제한하지는 않지만 재판매가 의심되는 고객에게는 대량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의 녹차 수출량 8798톤 중 절반 이상이 말차였으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수요 급증에 비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말차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일본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4%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말차 소비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농가의 대형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려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농촌의 고령화, 노동력 부족, 후계자 미확보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실제로 일본 내 차 농장 수는 20년 전보다 75% 이상 줄어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말차 수요의 급증이 일본 차 농가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고령화와 인력 부족, 품질 유지라는 과제를 안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말차 트렌드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산업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업계와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