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눈물과 위로, 그리고 공감의 드라마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 하나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 바로 그 작품이다.
최근 방송된 회차를 기점으로, 김옥희(장영남 분), 염분홍(김선영 분), 현상월(원미경 분), 김로사(박환희 분) 등 주요 인물들 간의 다층적인 관계성이 더욱 깊어지며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단순한 에피소드 나열이 아닌, 인물 간의 감정과 서사를 실처럼 엮어낸 이 작품은 일요일 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용히 적시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김옥희와 염분홍은 살아온 길도, 성격도 정반대다. 하지만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진한 우정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김옥희는 강월순(차미경 분)이라는 어머니를 향한 서툰 감정을 고백하는 데 힘들어하지만, 염분홍은 묵묵히
그 곁을 지킨다. 김옥희가 상처를 드러내면, 염분홍은 조용히 밥 한 끼를 내민다.
이 둘은 서로를 ‘말 없이 알아주는 친구’로 성장시켜주며, ‘중년 여성 우정 서사’의 새로운 장을 연다.
또 다른 시선을 끈 건 현상월과 김로사의 이야기다.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진 두 여인의 인연은 감정의 밀도가 남다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김로사에게 현상월은 ‘빛’이었다.
반대로 글을 읽지 못하는 현상월에게 김로사는 ‘책’이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삶의 숨통이 되었고, 마침내 김로사는 자신의 이름까지 건넨다. 그 이름을 넘겨받은
현상월의 눈빛은, 그 무엇보다 깊고 묵직한 감정의 집약체로 남았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 대해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하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몰입감을 만들어낸 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뿐 아니라, 섬세한 연출과 제작진의 디테일 덕분이다.
남건 감독은 젊은 로사와 상월의 시대극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로케이션을 진행했고, 그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촬영 감독 최윤만 또한 감정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회상 장면 이상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미지의 서울’은 결국 관계의 이야기다. 혈연보다 강한 우정, 시간보다 깊은 연대, 이해보다 더 큰 용서를
그리며 모든 형태의 사랑을 조명한다.
유미지의 미래, 유미래와 회사 간의 갈등, 이호수의 병이 남긴 메시지 등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오는 28일 방송될 11회를 앞두고, ‘미지의 서울’은 마지막 페이지를 향한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 이름 속에 담긴 서사를 꺼내어 나누는 이 드라마는 분명, 우리의 어느 날에도
위로처럼 다가올 것이다.
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