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장례 캡슐, 태평양 추락…우주로 가고 싶던 고인들의 넋 바다로

우주 장례 서비스를 목적으로 발사된 유골 및 DNA 보관 캡슐이 태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IT 전문매체 기즈모도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우주장례 전문 기업 셀레스티스(Celestis)가 제공한 160명 이상의 유골과 DNA 샘플을 탑재한 우주 캡슐이 회수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발생한 임무는 지난 23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트랜스포터-14(Transporter-14)’ 미션의 일부였다.
이 미션은 약 70개의 탑재체를 저궤도에 실어 나르는 목적을 가졌으며, 그중 가장 큰 탑재체는 독일 스타트업 디 익스플로레이션 컴퍼니(TEC)가 개발한 1.5톤 규모의 재진입 우주 캡슐 ‘닉스(Nyx)’였다.
닉스 캡슐은 발사 직후 궤도 진입에는 성공했으나,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낙하산 시스템의 결함으로 인해 회수에 실패했다.
셀레스티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캡슐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족의 실망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의 신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셀레스티스는 고인의 유골 일부나 DNA 샘플을 소형 캡슐에 담아 우주로 발사한 뒤, 궤도 상에서 분리하거나 지구로 회수해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해 160명 이상의 고인 유해가 바다에 남겨지게 됐다.
닉스 캡슐에는 유해 외에도 오픈소스 시민과학 프로젝트 ‘마션 그로우(Martian Grow)’가 제공한 대마초 씨앗 및 식물체도 함께 실려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미세중력이 식물의 발아와 회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닉스 캡슐의 추락으로 해당 실험 역시 무산됐다.
셀레스티스의 우주 장례 임무가 실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5월, NASA 우주비행사의 화장된 유해를 실은 로켓이 뉴멕시코 사막에서 발사 직후 폭발했던 전례가 있다.
고인의 유해를 우주로 보내는 상징적인 의미와 유가족의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장례 산업이 우주 상업화와 접목되는 만큼, 향후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개선과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