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협박에 속아 모텔 자진 감금…경찰, 20시간 만에 구조

보이스피싱 조직의 협박에 속아 모텔에 스스로를 감금한 20대 여성이 20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사건은 지난달 2일 대전에서 발생했으며, 피해 여성은 금융감독원과 경찰을 사칭한 범죄 조직의 지시에 따라 외부와 단절된 채 머물러 있었다.
12일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2분경 한 남성이 대전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를 찾아 여자친구가 모텔에서 장시간 나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해당 여성 A씨는 전날부터 금융감독원과 경찰이라 주장하는 인물들과 통화하고 있었으며, 이후 혼자 모텔에 들어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모텔에 출동해 A씨를 확인했지만, A씨는 “아니에요. 아니에요”라며 경찰의 접근을 경계했다.
방 안에서는 금융기관 이름과 지시 사항이 적힌 메모가 발견되었으며, A씨는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지인과 통화 중”이라고 답하는 등 범죄에 속았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했다.
A씨는 “만약 이렇게 하셨는데, 제 휴대전화에 (악성 앱) 안 깔려 있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제복 경찰 공무원 말 안 믿으면 누구 말 믿을 거냐. 피싱 피해자들 거의 공통으로 출동한 경찰들에게 비협조적으로 한다”고 피해 사실을 재차 설명했다.
약 40분간의 설득 끝에 확보된 A씨의 휴대전화에는 원격 제어가 가능한 악성 앱 3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범죄 조직이 전달한 검찰 수사 서류는 모두 허위였다.
경찰 조사 결과, 피싱범들은 A씨에게 “검찰 수사 중인 특수사기 사건에서 A씨 통장 계좌가 발견됐다”며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대기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구속하겠다”고 겁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속은 A씨는 20여 시간 동안 모텔에 스스로를 감금한 채 사기범 지시에 따라 새로운 휴대전화까지 개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모텔과 같은 공간에 고립시켜 다른 사람들과 차단해 보이스피싱임을 예상 못 하게 만들고 가스라이팅하여 출동한 경찰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등의 수법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