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농균, 의료용 플라스틱 분해 확인…의료기기 손상 적색불

의료기관 내 감염을 유발하는 병원균인 녹농균이 생분해성 의료용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이 병원균은 플라스틱 표면에서 더욱 활발하게 작용해 의료기기를 손상시키거나 병원 내 감염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루넬대 로넌 매카시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를 통해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서 플라스틱 분해 효소인 ‘pap1’을 확인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효소는 생분해성 의료용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폴리카프로락톤(PCL)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는 자연 환경 속 미생물에서만 발견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병원균 역시 플라스틱 분해 능력을 가질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pap1 유전자를 대장균(E.coli)에 삽입해 PCL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며, 해당 유전자가 제거된 녹농균은 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했다.
특히 플라스틱 표면에 존재할 때 녹농균의 분해 능력은 더욱 강해졌다.
pap1 효소는 플라스틱과 접촉할 때 유리 표면보다 생물막(biofilm)을 더 많이 형성했으며, 이는 항생제 저항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감염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병원 내 감염이 장기화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수 있다.
로넌 매카시 교수는 “병원 내에서 오래 살아남는 병원균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능력을 지녔다면 봉합사나 임플란트, 스텐트, 상처 드레싱 등 플라스틱 기반 의료기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환자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나방 유충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pap1 효소가 독성 강화에 기여함을 확인했다.
플라스틱이 있는 환경에서 감염된 유충은 더 빨리 사망했으며, pap1 유전자가 제거된 균을 사용한 경우에는 플라스틱 존재 유무에 따라 생존률에 차이가 없었다.
향후 연구팀은 녹농균 외 다른 병원균에서도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법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