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비석 ‘영천 청제비’ 국보 승격 예고

신라시대 토목공사의 흔적을 간직한 경북 영천시의 ‘영천 청제비’가 국보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2일, 1969년 보물로 지정된 ‘영천 청제비’를 국보로 승격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지정이 확정되면 약 56년 만의 위상 변화다.
영천 청제비는 신라 법흥왕 23년(536년)과 원성왕 14년(798년)의 제방 공사 내용을 하나의 돌 앞뒷면에 각각 새긴 비석이다.
비석이 세워진 ‘청못’은 신라시대 조성된 저수지로, 현재까지도 관개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건립비에는 “신라 법흥왕 23년 2월 8일 ○탁곡 지역에 큰 제방을 준공했다”는 기록과 공사 규모, 동원 인원 등이 담겨 있다.
뒷면 수리비에는 “원성왕 14년 4월 13일 제방 수리 공사를 완료했다”는 내용과 함께 공사 책임자, 경과, 공사 기간 등이 기록돼 있다.
비석은 받침돌이나 덮개 없이 자연석에 새겨졌으며, 위가 얇고 아래가 두꺼운 형태로 글자 판독 상태가 양호하다.
서체는 6세기 신라 특유의 자유분방한 필체를 보여주며, 신라시대 서풍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천 청제비는 또한 조성 이후 현재까지 원위치에서 보존되고 있으며, 시기를 달리하는 두 비문이 동일한 비석에 남아 있는 희귀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신라사에서 홍수와 가뭄이 가장 빈번했던 시기, 국가 주도의 토목공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라며, 당시의 정치·사회·경제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함께 위치한 청제중립비도 주목된다. 1688년 청제건립비와 수리비가 땅에 묻혀 있던 것을 다시 세운 사실이 기록돼 있으며, 신라 서풍을 따라 조성됐다. 연구 가치가 높은 유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