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형성된 슬래그 암석, 지질학계 ‘인공 암석주기’ 주목

자연 상태에서 암석이 형성되려면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리지만, 산업 폐기물이 수십 년 만에 암석으로 변한 사례가 영국에서 처음 관측됐다.
IT매체 기즈모도는 29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지리·지구과학부 연구진이 철강 산업의 부산물인 ‘슬래그(Slag)’가 단 35년 만에 암석화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웨스트 컴브리아 지역 해안에 매립된 슬래그가 해수와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칼슘, 마그네슘, 철, 망간 등의 원소 반응을 일으켜 천연 시멘트 물질인 브루사이트, 방해석, 침철석 등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작용은 원래 수천 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자연에서 일어나는 퇴적암 형성과정과 동일한 메커니즘을 따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슬래그가 자연 암석처럼 굳어지는 ‘급속 인위적 암석주기(rapid anthropoclastic rock cycle)’를 지닌 사례를 처음 공식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해당 논문은 지난 10일 지질학 국제학술지 ‘지올로지(Geology)’에 발표됐다.
슬래그가 암석화된 장소는 19~20세기에 중공업이 활발했던 더웬트 하우 지역 해안으로, 당시 공장에서 쏟아낸 약 2700만 세제곱미터(m³)의 슬래그가 해안선을 따라 절벽 형태로 쌓였다.
연구진은 이 중 13곳을 분석해 슬래그 내 구성 원소와 형성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공동 저자 아만다 오웬은 “폐기물이 처음 매립될 때는 느슨하게 쌓여있기 때문에 이동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폐기물 처리 장소를 찾을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폐기물이 관리하기 훨씬 더 어려운 암석으로 변하기까지는 수 십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형성된 슬래그 암석 내부에서는 1934년 발행된 킹 조지 5세 주화와 1989년 이전의 탄산음료 캔 뚜껑이 함께 발견돼 암석화 시기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영국 외의 다른 해안 슬래그 매립지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웬은 “암석의 급속한 출현은 해수면 위아래 생태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극심한 기상 현상에 해안선이 대응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말했다.
또한 “현재 기후 변화 적응에 핵심이 되는 토지 관리 침식 모델에는 이런 요소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슬래그 퇴적지를 대상으로 동일한 현상의 발생 여부를 분석할 예정이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