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담배가 부른 심부전, ‘조용한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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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심부전 담배가
30년 피운 담배가 부른 심부전 사망률이 높아진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30년 심부전 담배가
30년 피운 담배가 부른 심부전 사망률이 높아진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담배를 끊지 못했습니다. 30년 넘게 피웠죠. 고혈압도 있고, 체중도 늘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고, 다리가 자주 붓곤 했지만 그냥 나이 탓이라 넘겼습니다.”

부산 북구에 사는 허 모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심부전이었다.

심장이 온몸에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해 장기들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는 질환으로, 흔히 ‘심장병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말기로 갈수록 암보다 사망률이 높다.

실제로 심부전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호흡 곤란, 피로감, 다리 부종 같은 초기 증상을 단순한 노화로 오해하며 방치한다.

정순명 부산부민병원 심혈관센터장은 “심부전은 초기 증상이 일상적 피로와 유사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폐에 물이 차거나 복수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부전은 단일 원인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스트레스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고혈압과 높은 체질량지수(BMI), 낮은 신체 활동량은 심부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 리저널 헬스》 2024년 8월호에 따르면, 아시아의 심혈관 사망률은 2050년까지 현재 대비 91.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2019년 기준 세계 심혈관 사망자의 60%는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한국 역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요인 대부분이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숨이 차거나 가슴이 조이는 등의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침묵의 살인자’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심부전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급성 상태에서 회복되더라도 만성화되면 평생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상태가 심한 경우에는 관상동맥중재술이나 개복 수술까지도 고려된다.

정 센터장은 “심장은 정직하다. 관리한 만큼 오래 뛴다”며 “흡연, 고혈압, 당뇨병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혈관 전문병원은 심장 CT, MRI, 초음파, 심전도 등을 통해 빠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고, 응급 대응 체계도 갖추고 있어 위급한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심장 건강을 위한 실천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하루 30분 걷기, 짜지 않은 식단, 정기적인 혈압·혈당 체크,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다.

특히 조기 폐경 여성,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 한 번의 혈압 체크, 한 끼 식단 조절, 30분 산책이 내일의 심장마비를 막을 수 있다. 병원보다 일상이 심장을 지키는 최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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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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