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년 역사 국민 오렌지주스 브랜드 왜 사라졌나

1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 통조림 식품 브랜드 델몬트푸드(Del Monte Foods)가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 절차에 돌입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인 CNN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델몬트푸드는 전날 자발적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자산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미국 식품산업계는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델몬트푸드는 188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돼 100년 넘게 통조림 과일, 채소, 주스 등 가공식품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브랜드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국민 오렌지주스 병’으로 알려진 제품으로 익숙하다. 델몬트 브랜드는 미국 본사의 델몬트푸드와 필리핀 중심의 아시아법인 델몬트필리핀으로 나뉘며 운영돼 왔다.
북미에서는 델몬트푸드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다른 법인이 유통을 맡고 있다.
델몬트푸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큰 호황을 누렸다. 집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통조림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했고, 이에 힘입어 생산량을 대폭 확대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델몬트푸드의 매출은 약 43억 달러(한화 약 5조8437억원)에 달했으며, 2024년
상반기까지도 42.8억 달러(약 5조811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종료되고 일상이 회복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통조림 식품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고, 과잉 생산으로 인한 재고 부담이 커졌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식품 선택 기준도 변화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보존제와 첨가물이 포함된 통조림 제품보다는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델몬트푸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델몬트푸드는 미국 뉴저지 파산법원에 챕터11(Chapter 11) 절차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1은 미국 연방파산법에 따라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델몬트푸드는 일부 사업을 유지한 채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현재 총부채가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에서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56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채권자 수만 1만 명에서 2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규모 부채와 이해관계는 파산
절차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다만 델몬트푸드는 파산보호 절차와 동시에 운영자금 확보에도 나섰다. 현재 9억1250만 달러(약 1조24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일부 해외 자회사 중심의 운영을 지속할 방침이다.
실제로 델몬트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계열사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돼 있으며, 이번 파산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델몬트의 사례를 통해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공급망 전략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 속 일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유연한 공급 조절과 시장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식품업계 전반에 건강 중심 소비 성향이 확산되면서 가공식품 브랜드의 체질 개선과 제품 혁신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향후 델몬트 브랜드가 재정비를 거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글로벌 식품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