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확산세 세계적 경고…한국서도 유입·2차 감염 증가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해외여행 후 발열과 발진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률 하락이 이러한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전 세계에서 4만 건 이상의 홍역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필리핀(766명), 중국(577명), 캄보디아(544명), 베트남(151명)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감염자가 급증했다.
유럽에서는 3만5212건, 미국에서는 935건이 확인되며 미국에서는 10년 만에 홍역 사망자도 발생했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3일 기준 국내 홍역 환자는 총 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배 증가했다.
이 중 36명은 해외에서 감염된 후 국내로 유입됐으며, 나머지 16명은 이들로부터 가정이나 의료기관에서 2차 감염된 사례다.
감염 국가는 베트남이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즈베키스탄·태국·이탈리아 등도 포함됐다.
홍역은 한때 국내에서 ‘퇴치된 질병’으로 분류됐다.
2001년 일제 예방접종 이후 확진자가 급감했고, 2006년 국가 홍역퇴치 선언, 2014년 WHO의 국가홍역퇴치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백신 접종률 하락과 국제여행 증가가 홍역 재확산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 이력이 없는 경우 감염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국내 확진자 중 61.5%인 32명은 백신 접종 이력이 없거나 접종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로 조사됐다.특히 0세 유아와 1~6세 아동 확진자 전원이 백신 미접종자였다.
2023년 기준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MMR 백신 1차 접종률은 83%, 2차 접종률은 67%로, 집단면역을 위한 기준인 95%에 크게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홍역 백신 접종이 유일한 예방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MMR 백신 접종률이 10%만 줄어도 향후 25년간 홍역 환자 수가 1110만 명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접종률이 절반으로 감소하면 4.9년 만에 풍토병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역은 평균 10~12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얼굴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붉은 발진이 생긴다.
전염성은 매우 높아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 접촉할 경우 90% 이상 감염된다.
치료제는 없으며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한다. 특히 영아,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폐렴, 뇌염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청은 “홍역 유행국 방문 후 3주 이내 발열이나 발진 증상이 나타나면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뒤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영아 및 면역저하자 보호를 위해 MMR 백신 2회 접종 권고를 재차 강조했다.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홍역 유행국 방문자들은 예방접종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증상 발생 시 빠른 진료와 보건당국 신고를 통해 감염병 확산 방지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