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 굴욕 딛고 반등 신호탄… 한화 유격수 공백 완벽히 메웠다

한화 이글스 유격수 하주석(31)의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지난 몇 시즌을 지나오며 겪은 부상과 성적 부진, 그리고 계약 과정에서의 좌절은 그를 조용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하주석은 다시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고 있다.
심우준의 부상 공백 속에 찾아온 기회, 하주석은 그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하주석은 지난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3연전에서 타율 0.417(5안타 3타점 3득점)로 맹활약하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최근 16경기에서는 15안타 6타점 6득점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300까지 끌어올렸다.
팀 타선이 기복을 보이는 가운데,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순간마다 안타를 생산하며 팀 공격 흐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원래 한화의 주전 유격수는 심우준이었다.
KT에서 이적 후 안정적인 수비로 중심을 잡았지만, 5월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비골 골절을 당하며 한 달 이상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하주석은 이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하주석은 “이번 시리즈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들도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를 하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하주석은 2023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섰지만, 냉랭한 반응만 마주했다.
결국 1년 총액 1억1000만 원(보장 9000만 원, 인센티브 2000만 원)에 한화와 재계약을 맺었다. FA 선수로서는 이례적인 ‘굴욕 계약’이었다.
더불어 팀은 유격수 보강을 위해 심우준을 데려오며 하주석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시즌 준비 역시 험난했다. 호주와 일본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지 못했고,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4월 중순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500에 가까운 성적을 올리며 1군에 콜업됐지만, 7경기만에 다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1군 성적도 타율 0.278로 결코 나쁘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 2군 캠프에서 시작하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올해는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말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격수 외 다른 포지션은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이제는 팀 사정상 다른 포지션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이제는 내려놓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하주석이 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 과거 2021시즌에는 138경기에서 143안타 10홈런 68타점 84득점 23도루 타율 0.272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끈 바 있다.
컨디션만 유지된다면 시즌 100안타 이상 생산도 무리 없는 성적이다.이번 롯데전에서 보여준 하주석의 활약은 단순한 단기 호조가 아니다.
침묵했던 방망이가 되살아나고 있으며, 심리적으로도 부담을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현재 한화는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주석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심우준까지 복귀한다면 내야진의 안정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화가 다시 ‘가을야구’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하주석처럼 침묵을 깨는 존재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