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가축 15만 마리 폐사…삼계탕도 비상 걸렸다

0
삼계탕
삼계탕 관련 이미지 (사진출처-freepik)
삼계탕
삼계탕 관련 이미지 (사진출처-freepik)

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축산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기록적인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축 폐사율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축산물 수급 불안과 가격 인상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초복과 휴가철을 앞둔 시점에서 육류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닭고기와 계란 등 주요 가금류 제품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11일 공개한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8일 기준 폭염에 의한 가축 폐사 규모는
총 16만123마리로 집계됐다.

이 중 돼지가 2,117마리, 가금류는 무려 15만8,006마리에 달했다. 특히 닭, 오리 등 가금류가 폐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 폐사량을 보면 폭염 피해의 심각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5월 20일부터 7월 8일까지 폐사한 가축
수는 총 37만9,457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9,799마리에 비해 약 7.6배 증가했다.

예년보다 폐사 발생 시점이 한 달가량 빨라졌으며,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과밀 사육과 폐쇄형 축사의
열악한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고온에 대비한 냉방시설과 환기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체온 조절이 어려운 동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시장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가금류 폐사 증가로 인해 닭고기와 계란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닭고기 1kg 소매가격은 5,925원으로, 평년(5,708원) 대비 3.8% 상승했다.

이는 아직 본격적인 복날 시즌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상승세로, 향후 기온 상승이 지속된다면 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

계란 가격 또한 불안정한 상황이다. 올해 초 발생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이미 석 달째 계란 한 판(30구) 가격이 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금류 폐사까지 겹치며 가격 안정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삼계탕 재료나 일상적인 단백질 공급원인 닭고기와 계란의 가격 상승이 체감 물가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농축산물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할인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여름 배추의 경우 약 15%에 해당하는 3만5,500톤을 사전 비축해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우는 평상시보다 30%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닭고기와 계란의 생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각 자조금 단체와 식품기업, 유통업체들도 협업에 나섰다.

한우, 한돈, 계란 자조금 단체에서는 최대 50%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대형 유통사와 식품 브랜드들은 김치, 라면, 과자 등 주요 생필품에 대해 자체 할인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할인 정책은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일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폭염 대응을 위한 축사 환경 개선과 장기적인 가축 재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축 폐사 방지를 위해 냉풍기, 안개분무기 등 냉방장비의 작동 점검은 물론, 환기와 급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농가에 당부했다.

또한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폭염 피해 예방 매뉴얼을 강화하고,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복구와 보상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는 단순한 농가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식품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국민 건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후 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른기사보기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0 0 votes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