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수면 중 뇌 활동 및 회복 방해… 젊은층에 더 큰 영향


밤잠을 설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카페인(caffeine)이 실제로 수면 중 뇌 활동과 회복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인지·계산 신경과학 연구소(CoCo Lab)와 퀘벡대 밀라 인공지능 연구소(Mila)는 최근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카페인이 뇌 신호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수면 중 뇌의 회복 메커니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는 20세에서 58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피험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수면 전 카페인 캡슐과 위약을 각각 복용하고, 그 후의 뇌파를 정밀하게 분석받았다.
연구진은 고급 통계 기법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수면 중의 뇌파를 비교한 결과다.
카페인이 비급속 안구 운동(NREM) 수면 단계에서 뇌 신호의 복잡성을 현저히 증가시키고, 뉴런의 예측 불가능한 활동을 야기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수면 중 뇌파의 주요 리듬에도 변화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은 뇌가 깊은 수면에 접어들 때 나타나는 느린 진동이다.
즉 세타파와 알파파를 감소시키는 한편,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한 베타파의 활동을 증가시켰다.
이는 수면 중에도 뇌가 활발히 활동하며 충분한 이완과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책임자인 카림 제르비 몬트리올대학교 교수는 “카페인은 낮 동안 집중력과 반응성을 높이는 데는 유리하지만, 밤에는 뇌의 이완을 방해하고 회복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동 저자인 줄리 캐리어 교수는 “카페인의 자극 효과는 젊은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꿈을 꾸는 렘(REM) 수면 단계에서 뚜렷했다”고 밝혔다.
그 원인으로는 뇌 내 아데노신 수용체의 밀도 차이가 지목된다.
아데노신 수용체는 졸음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과 연결돼 있다.
카페인은 이를 차단해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이 수용체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므로,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카페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생활 습관으로 치부되던 ‘커피와 수면’ 사이의 관계를 신경과학적 데이터로 구체화한 첫 사례 중 하나다.
연구진은 “수면 전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이 수면의 질은 물론 뇌의 장기적인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