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개장 42주년, 한국 야구의 심장부

1982년 7월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일명 잠실야구장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단순한 경기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잠실야구장의 개장은 한국 프로야구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는 역사적 출발점이자, 향후 40년 넘게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중심 무대가 되는 계기가 됐다.
서울시는 1980년 4월 17일 야구장 공사를 시작해 약 2년 3개월 만에 2만5000석 규모의 국내 최대 야구장을 완공했다.
당시로서는 대규모 공사였으며, 총 126억 원이 투입됐다. 경기장 규모와 설계는 당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야심찬 시도였다.
이로써 서울 시민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야구장에서 본격적으로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잠실야구장의 개장과 동시에 MBC청룡(현 LG 트윈스)이 이곳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서울 연고 구단의 중심 무대가 형성됐다.
1986년에는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도 잠실로 홈구장을 옮기며, 이른바 ‘서울 라이벌’이 단일 구장을 공유하게 됐다.
이후 두 팀은 잠실야구장을 배경으로 수많은 명승부를 펼쳤고, 이 구장은 단일 구장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잠실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국제화에 있어서도 상징적인 무대였다. 개장 직후인 1982년 9월,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이곳에서 개최됐다.
이는 대한민국이 주최한 최초의 국제 야구대회로, 세계 야구 강국들과의 교류의 발판이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도 경기장으로 활용되며 글로벌 스포츠 무대의 중심에 선 경험도 갖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잠실야구장은 수차례 리모델링을 거쳤다.
2007년을 기점으로 외야 좌석 보강, 전광판 교체, 선수 대기 공간 개선, 화장실 및 편의 시설 확충 등 전반적인 환경 개선이 이어졌으며, 팬과 선수 모두를 위한 관람 및 경기 환경이 한층 개선됐다.
이 경기장은 특히 관중의 열기와 응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구조로도 유명하다.
경기장의 독특한 음향 구조 덕분에 응원의 파도는 그 어느 구장보다 뜨겁게 울려 퍼졌고, 이는 곧 잠실야구장을 ‘야구의 성지’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지우긴 어려웠다. 경기장 노후화에 대한 지적과 주차 공간 부족, 만성적인 교통 체증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잠실야구장의 이전 혹은 신축 가능성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지닌 상징성과 감성적 가치는 쉽게 대체될 수 없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잠실야구장은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프로야구 창설 원년부터 쌓인 세대 간의 응원 문화, 연인과 가족 단위의 관람 추억, 야구장 하면 떠오르는 ‘그곳’으로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매 시즌 개막과 함께 좌석을 메우는 관중들, 정규 시즌의 뜨거운 여름밤을 함께하는 팬들의 환호는 이곳을 단순한 스포츠 시설 이상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올해로 개장 42주년을 맞이한 잠실야구장은 여전히 한국 야구의 심장으로 뛰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와 재개발이 있더라도, 이곳에서 시작된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은 한국 야구사 속에서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