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반구천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유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을 포함한 울주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울주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가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코모스는 세계유산 심사에서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의 4가지 권고 중 등재를 선택한 것으로, 최종 등재 여부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울주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암각화란 바위나 동굴 벽면에 새기거나 그린 바위그림을 의미한다.
울산 태화강 상류 지류인 반구천 절벽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4.5m, 너비 8m의 암면에 약 300여 점의 바다 동물, 육지 동물, 사냥 장면을 새겨 넣었다.
특히 작살에 맞은 고래, 새끼를 배고 있는 고래 등 고래사냥 그림이 포함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천전리 암각화는 1970년에 발견되었으며 높이 2.7m, 너비 9.8m의 암면에 약 620여 점의 그림과 글이 새겨져 있다.
이 중에는 신라 법흥왕 시기의 기록으로 추정되는 글도 포함돼 있어 6세기 한반도 사회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이들 암각화는 오랜 기간 대곡천 침수에 따른 훼손 우려가 제기돼 왔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의 수위 조절로 인해 홍수 때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됐으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42일 이상 물에 잠겨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반구천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2021년 출범해 암각화 보존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왔으며, 정부는 2029년까지 사연댐 하단에 수문 3개를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울산암각화박물관 최현숙 관장은 “암각화 도상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10년간의 3D 스캔 결과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코모스는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에 바탕한 예술성을 보여주며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창의적으로 풀어낸 걸작”라고 평가했다.
이어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증거” 라며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문화의 발전을 집약해 보여주는 유산”이라고 언급했다.
반구천 암각화가 최종 등재되면 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