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비 내리는 정류장,
아스팔트 위로 튕기는 빗방울
조용히 다가온 거대한 실루엣.

한 소녀와 신비한 생명체.
소녀가 비를 맞고 있는 그것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시작된 작은 인연은
어느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1988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사람과 자연, 아이와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원작: 오리지널 스토리
도쿄에서 시골 마을로 이사 온 두 자매, 사츠키와 메이는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돌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새로운 집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넓은 자연과 낯선 집, 그리고
집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은 기척들.
두 자매에게 처음엔 조금 낯설고 무서웠던 기척들은
곧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으로 바뀌어 간다.

작은 기척의 주인을 따라가던 메이는
숲 속에서 토토로라는 신비로운 생명체를 만나고,
사츠키 역시 정류장에서 우연히 토토로와 마주하게 되면서
두 자매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마법 같은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토토로는 때로는 바람을 타고, 때로는 고양이 버스를 타고,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조용히 따뜻한 울림을 전해준다.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두 번째 작품이자,
지브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다.
처음 이 영화는 《반딧불의 묘》와 함께 극장에서 동시 상영되며
흥행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이후 토토로 인형, 그림책, TV 방영 등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지브리의 상징 같은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토토로는 일본 내에서
‘숲의 정령’ 또는 ‘아이들의 친구’로 인식되어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상징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지브리의 영화 중에서도
대사보다 정적, 자연의 소리, 풍경의 묘사가 중요한 작품으로
미야자키 감독 특유의 서정성과 세계관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영화의 무대는 감독이 유년 시절을 보낸
도쿄 외곽 지역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실제 모델이 된 장소는 지금도 팬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상상 속 친구를 꿈꾼다.
나를 지켜주고, 아무에게도 말 못한 고민을 들어주고,
때로는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해 주는 존재이기를 바라며.
아이들은 잠에 들고 꿈꾼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은 어릴 적 상상하던 친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른들도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듯 지내게 되는 삭막한 이 세상 속에서.
내 편이 되어 주는 다정한 친구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잔잔한 비가 내리는 날, 어릴 적 친구가 떠오를 때,
비로 인해 싱그러움을 자아내는 토토로의 숲 속으로 들어가보자.
[영화] 나는 지금, 누군가의 가족일 수 있을까?- 릴로&스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