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랄로스, 정자 생존력 저하… 남성 생식 기능 악화 우려

제로 콜라 등 무설탕 음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수크랄로스(sucralose)가 남성 생식 기능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보건 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수크랄로스가 고환 조직에 손상을 유발하고 정자 생존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대만 타이베이 의학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했다. 이들은 총 8주간 수컷 쥐들을 네 개 실험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수크랄로스 농도(1.5㎎/㎏, 15㎎/㎏, 45㎎/㎏, 90㎎/㎏)를 매일 투여했다.
실험 결과, 수크랄로스를 섭취한 실험군에서는 산화 스트레스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했고, DNA 손상이 발생했으며, 고환 조직의 형태학적 손상까지 관찰됐다.
특히 수크랄로스의 섭취가 정자의 운동성과 생존률을 떨어뜨렸으며, 남성 호르몬 균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수크랄로스가 단순히 혈당이나 칼로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감미료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수크랄로스가 남성 생식 생리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며 “환경 내 지속성과 하수처리를 통한 확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공중 보건과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인간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투여한 수크랄로스의 양이 일반적인 인간 섭취량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체중 1㎏당 하루 5㎎을 수크랄로스의 일일섭취허용량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최대 15㎎/㎏까지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수크랄로스가 생식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무설탕, 제로칼로리 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사회적 추세 속에서, 이러한 정보는 소비자 건강 의식의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 감미료에 대한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혈당 영향 없음’이라는 단일 지표를 넘어, 생식 건강, 호르몬 균형, 환경 독성까지 포괄하는 다차원적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