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500억 투입 노들섬 리모델링 강행 논란

서울시가 2019년 500억 원을 들여 재개장한 노들섬에 또다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3500억 원에 달하며, 시민 반발과 한강 수위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들섬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시민들이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타던 공간이었으나, 1970년 이후 한강 개발과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으로 방치됐다.
이후 2012년부터 ‘예술섬’ 프로젝트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2019년 가을 서점과 공연장, 공원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개장됐다.
노들섬은 재개장 이후 빠르게 시민들의 관심을 끌며 2021년에는 방문객 100만 명을 넘겼고, 2024년에는 150만 명이 방문했다.
이처럼 시민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2024년 다시 ‘건축 설계 공모’를 실시해 영국 건축사무소 헤더윅스튜디오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설계안은 공중 보행로와 수상 정원을 포함한 대규모 리모델링 구상을 담고 있다.
공중정원은 콘크리트 기둥을 세워 위로 걷는 길을 만들고, 수상정원은 콘크리트 강변을 따라 새로운 보행로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수상정원이 한강 계획 홍수위보다 낮은 위치에 조성된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노들섬의 구조는 한강 범람을 고려해 설계된 특수한 형태다.
기단의 눈금은 최저 6.8m, 최고 16m로 구성돼 있으며, 한강이 범람했을 때 예상 수위는 15.33m에 이른다.
실제로 한강 수위에 따라 노들섬의 콘크리트 바닥이 침수되는 구조로, 그 위에 수상정원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사운드 스케이프’ 심사 과정에서도 “한강 수위의 변동 때문에 수상 정원의 디자인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일부 심사위원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노들섬의 콘크리트 바닥도 잠겼다가 한강 수위가 내려가면 다시 나오는 구조”라며 기존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 문제에 대한 시민 반발도 거세다. 서울시는 2019년 500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이번 리모델링에 3500억 원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은 ‘이미 재개장한 노들섬에 뭣하러 보행로를 만들고 공사비를 투입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이번 설계안은 도시재생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범람 가능성이 높은 구간에 보행로를 신설하는 점, 기존 예술섬으로서의 기능이 이미 정착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2013년에도 한강대교 보행로 설치 논의가 수위 문제로 무산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는 “한강 자전거 도로 역시 여름철 수위가 올라갔다 내려갔을 때 다시 정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안전성과 예산 낭비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