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프링클러 없는 아파트 또 화재…한 달 새 6명 숨져

부산의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2명이 숨졌다.
불과 한 달 사이 같은 조건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부산에서만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복되는 참사에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으며, 소방당국과 지자체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13일 낮 12시 22분경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아파트 2층에서 시작됐다.
당시 집 안에는 일가족 3명이 있었고, 불길 속에서 80대 노모와 50대 큰아들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함께 있던 40대 남동생은 양팔에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이번 화재로 아파트 옥상에 대피했던 주민 5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은 약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시 57분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이미 인명피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아파트 역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라는 점이다.
해당 아파트는 지상 15층 규모로, 2003년 2월에 건축허가를 받아 2006년 준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시설법은 1990년 6월 이후 건축된 16층 이상 아파트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후 2005년에는 기준이 11층 이상으로, 2018년부터는 6층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이 아파트는 법 개정 이전 건축물로 분류돼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파트에서 인명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고 전에도 부산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4일에는 10세·7세 자매가, 이달 2일에는 8세·6세 자매가 집 안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졌다.
두 사고 모두 부모가 외출한 사이 벌어졌으며, 해당 아파트들 역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에서 제외된 건축물이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노후 아파트와 화재 취약 건물의 안전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 중이다.
소방 전문가들은 단순한 설비 기준을 넘어서 인명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 법령 기준에 따라 안전설비가 미비한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하거나, 최소한 경보 시스템 강화 등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화재 속에서,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