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팔고 ‘미국채’로 이동… 테슬라도 대거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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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투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투자 방향을 틀었다 (사진 출처 - 한국예탁결제원)
미국 국채 투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투자 방향을 틀었다 (사진 출처 – 한국예탁결제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미국 국채에 적극 베팅하고 있다.

이는 국채 가격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향후 금리 인하와 국채 가격 반등 가능성을 노린 전략적 자산 이동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부터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고, 이에 따라 가격은 하락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장기채에 대한 매수에 나섰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월 말 4.1% 수준에서 지난달 14일에는 4.5%를 넘어섰다.

30년물 역시 한때 5%를 상회했던 수익률이 이달 초에는 4.93%까지 하락하며 다시 가격 상승세로 돌아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학개미들은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미국 주식 규모는 13억1084만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각각 5억9399만 달러, 2억5072만 달러어치가 순매도됐다.

한때 지분율 30%를 넘기며 집중 투자를 받았던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도 2억9283만 달러어치가 순매도됐다.

이와 동시에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열을 올렸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 3배 레버리지 ETF(TMF)와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미 국채 ETF(TLT)가 있다. 각각 1억7503만 달러, 1억3409만 달러 규모로 순매수됐다.

이 같은 ‘국채 러시’는 국내 ETF 시장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 각각 2159억 원, 1134억 원이 유입됐다.

이는 미국 장기채에 대한 국내 자금의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가 하반기에는 다시 하락하며, 현재가 저점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증권은 올해 하반기 미국 10년물 금리가 3.9~4.6%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고, KB증권도 4분기 중 4.2%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9월에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56.4%로 동결 전망(43.6%)을 앞서고 있다.

삼성증권 김지만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재개와 미국의 은행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점차 장기물까지 채권 금리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를 완화하면 은행의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의 재정적자가 장기적으로 채권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CEO는 “채권 시장의 균열은 필연적이며, 정부의 부채 운용이나 시장 조성자들의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서 빠져나와 국채로 방향을 튼 이번 자산 이동은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하반기 미국 경제 흐름과 금리 정책에 대한 복합적 전략이 작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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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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