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수온 상승…여름에도 도루묵 잡히는 현상 확산

겨울철 대표 어종으로 알려진 도루묵이 최근에는 여름에도 잡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동해 연안 해역의 수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강릉원주대학교 해양생태환경학과 이충일 교수는 최근 열린 해양세미나에서 ‘강원 수산물 생산 감소와 연안환경 변화’ 주제 발표를 통해 동해 수온의 상승과 어종 분포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1980년대 겨울철 수준이던 포항 앞바다의 수온이 2010년 이후부터 강릉, 양양, 속초 해역으로 북상해, 서해보다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겨울철에만 어획되던 어종들이 계절 구분 없이 잡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도루묵은 전통적으로 11월부터 12월 사이 겨울에만 잡히는 어종이었지만, 2021년 이후부터는 7~8월 여름철에도 어획되고 있다.
청어 역시 여름철 어획량이 증가 추세다. 멸치의 경우, 2010년 이전에는 12월에 가장 많이 잡혔지만 2021년 이후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어획되고 있다.
반면 살오징어는 1970년대 7만t에 달하던 어획량이 최근 1만t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어류는 1970년 연간 1천t에서 2020년 약 1만t 수준으로 증가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는 난류성 어종이라도 온난화에 대한 반응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교수는 “최근 동해안 어획량은 전반적으로 줄고 있으며, 특정 어종이 대량으로 잡히던 시기는 사라지고 있다”라 설명했다.
이어 “대신 적은 양이 연중 고르게 어획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해양생태계의 반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으며, 2050년경에는 지금보다 어종 다양성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동해 연안 수산업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사례로 주목된다.
어업인들과 수산업계는 계절에 따른 어획 전략을 재조정하고, 변화하는 어종 분포에 맞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