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위 시한폭탄 ‘분홍 맨홀’…부식 심각해 보행자 추락 위험

도심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분홍색 콘크리트 맨홀 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외관은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는 심각하게 부식돼 보행자 추락사고 등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조화 맨홀’ 로 불리는 이 분홍 맨홀 뚜껑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에 설치됐다.
주변 보도블록 색상과의 조화를 고려해 분홍빛 콘크리트 재질로 제작됐으며, 미관과 저렴한 비용이 장점으로 평가돼 광범위하게 도입됐다.
하지만 설치된 지 30년 가까이 된 현재 상당수 맨홀이 부식돼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된 일부 조화 맨홀은 내부에 손가락이 깊숙이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발견됐고, 콘크리트 일부가 떨어져 철근이 노출되기도 했다.
내부가 텅 비어 반대편 바닥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부식 원인으로 킥보드나 스쿠터의 반복적인 충격, 맨홀 내부 폐수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측정 전문업체의 강도 측정 결과에서는 10메가파스칼(MPa)이라는 낮은 수치가 나왔으며, 전문가들은 “언제든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조화 맨홀로 인한 사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2023년 부산에서는 보행자가 맨홀에 빠져 부상을 입었고, 같은 해 울산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는 조화 맨홀도 뒷면은 심각하게 손상된 사례가 많아 보행 중 예측이 어렵다.
맨홀 뚜껑 안쪽 관리용 구멍의 깊이는 약 2.3~2.5m로 추락사고 발생 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평소 보행 중 맨홀을 밟지 않는 것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며, 의심되는 맨홀 발견 시 관할 지자체에 즉시 신고해 교체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콘크리트 맨홀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