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라디오는 내 인생의 버팀목…지겨움 속에서 힘을 얻었다”

산울림의 리더이자 라디오 DJ, 그리고 배우로 40년 넘게 대중과 호흡해 온 김창완이 깊은 고백과 울림을
전했다.
1일 방송된 tvN ‘어쩌다 어른’ 10주년 특집에서 첫 강연자로 나선 그는, 음악과 인생, 그리고 알코올 중독과의 싸움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창완은 1977년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했다.
‘나 어떡해’, ‘아니 벌써’ 같은 명곡은 물론, ‘산할아버지’, ‘개구장이’ 등 동요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 세계를 펼쳤다.
그는 단순한 음악인이 아닌, 한국 록 음악의 지평을 넓힌 전설로 평가받는다.
지난해에는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보관 문화훈장을 수훈하며 그 업적을 다시금 인정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 뒤엔 고통도 있었다.
김창완은 방송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회고했다. “젊은 시절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알코올에 의존하게 됐다”고 말한 그는, “잔을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지 못하던 내가 있었다”며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전했다.
특히 그의 회복에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아내는 술을 전혀 못 마시지만 단 한 번도 나에게 술을 그만 마시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대신 운동 같은 대체 활동을 제안했다”고 전하며, 진정한 동반자의 힘을 강조했다.
김창완의 또 다른 정체성은 라디오 DJ다. 무려 47년 동안 라디오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온 그는 “라디오는 내게 있어 하루의 시작이자 마무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가수라는 직업이 불안정했고, 나이가 들수록 기회는 줄었다. 그 속에서 라디오는 유일하게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후배 DJ들에게 그는 “DJ는 그 시간에 거기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화려함보다 꾸준함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비는 찾아왔다.
23년간 진행해온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하차하게 된 것.
김창완은 “방송이 없는 석 달은 너무 힘들었다.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 일상이 내게는 삶의 에너지였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로 돌아오며 다시 청취자들과 호흡하고 있다.
김창완의 강연은 단순한 연예인의 회고담을 넘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무력감과 중독, 그리고 그로부터의 회복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여전히 무대에 서고, 라디오 앞에 앉으며,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있다.
전수인(su2nee@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