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이적에 분노한 FC서울 팬들, 클럽하우스·GS 본사 앞 시위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하는 것이 확실시되면서 팬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클럽의 핵심 상징이자 주장으로 팀을 대표해온 기성용의 충격적인 결별 소식에 팬들은 분노를 쏟아내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6월 2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챔피언스파크 근황’이라는 제목의 사진과 글이 빠르게 퍼졌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FC서울 선수단이 훈련 중인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 앞에 다수의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팬들이 보낸 화환에는 “기성용을 내친 날”, “기성용 남아”, “당신이 짓밟을 수 없는 우리의 역사” 등 강도 높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부 화환에는 “김기동은 서울에서 나가라”, “기동아, 너는 나가면 그만이지” 등 김기동 감독을 향한 분노도 담겼다.
이 같은 반응은 김기동 감독이 기성용에게 “앞으로 팀의 계획에 당신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증폭됐다.
기성용은 구단 내부 방침에 따라 전력 외로 분류됐고, 이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팀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팬들은 이같은 방식에 대해 ‘예우 없는 결별’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팬들의 시위는 클럽을 넘어 모기업인 GS리테일 본사 앞에서도 이어졌다.
팬들은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트럭 시위를 진행했으며, 차량에는 “기성용을 버린 날, GS는 가치를 버렸다”, “철근 빼먹더니 레전드도 빼먹는 GS” 등 구단과 모기업을 동시에 비판하는 문구가 실렸다.
팬들의 분노는 단순한 이적을 넘어, 레전드 선수에 대한 구단의 태도와 철학 부족에 대한 실망으로 번졌다.
기성용은 하루 전인 24일 이적 사실이 알려진 뒤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저를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그 진심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축구선수로서 마지막 열정을 다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든 시간이었고 고민이 많았지만,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팬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FC서울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캡틴 기성용과의 인연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며 기성용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잠시 멈춘다’는 표현 속에서도 관계 회복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실상의 결별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기성용은 K리그를 넘어 대한민국 축구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FC서울에서 성장했고, 유럽 무대를 거쳐 국가대표에서도 오랜 기간 활약했다.
그런 그가 연고도 없는 포항 유니폼을 입게 된 데 대해 팬들 사이에서는 “서울이 서울의 가치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적을 넘어 K리그 구단 운영 방식,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 팬과의 소통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복합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으로 FC서울 구단이 팬들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