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청약 82점 통장 등장… 강남권도 넘는 ‘이례적 선택’

서울 구로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에 만점에 가까운 82점 청약 통장 등장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7일 발표된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당첨자 중 전용면적 84㎡B 타입에서 최고 청약가점 82점이 나왔다.
이는 청약 점수 만점인 84점에 불과 2점 모자란 수준으로, 보통 강남권 고급 아파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고득점이다.
청약가점은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부양가족 수(35점)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각각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82점은 장기간의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 기간, 다수의 부양가족을 보유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높은 점수의 청약 통장이 구로구 아파트에 사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해당 단지는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분양가가 높다”는 반응이 많았던 곳이다.
실제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2억4060만원으로, 고척동 일대 기존 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택이 분양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과 공급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강남권에서도 당첨 가능성이 높은 점수가 구로구에 사용된 것은 자금 여력이 부족했거나, 더 이상 청약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점 통장이 실제로 강남권에서 사용될 경우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는 최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래미안 원페를라’는 올해 2월 청약 당시 최고 가점이 79점이었고, 지난해 말 같은 지역의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78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에 나온 82점은 그 이상이다.
분양가 상승 흐름도 이번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4월 말 기준 3.3㎡당 4541만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7% 올랐다.
특히 비강남권에서도 고가 분양이 잇따르며,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한 청약자들이 조기에 고득점 통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실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지영 아이원 대표는 “80점이 넘는 통장이 구로구 청약에 들어간 것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부양가족 수를 잘못 체크한 경우가 의외로 많아 이후 서류 접수 단계에서 부적격 처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발표된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최고 청약가점이 69점으로 비교적 낮았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4500만원으로,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보다 1000만원가량 높다. 이는 고가 분양가가 청약가점 경쟁력을 낮춘 사례로 해석된다.
이번 사례는 향후 청약 시장에서 고득점 통장 사용 경향과 분양가 민감도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