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황제의 황금빛 섬유 시실크, 국내 과학기술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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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이 키조개 족사를 활용해 시실크를 복원하고 구조색 비밀을 밝혔다.
포스텍이 키조개 족사를 활용해 시실크를 복원하고 구조색 비밀을 밝혔다. (사진 출처-포스텍 제공)
포스텍이 키조개 족사를 활용해 시실크를 복원하고 구조색 비밀을 밝혔다.
포스텍이 키조개 족사를 활용해 시실크를 복원하고 구조색 비밀을 밝혔다. (사진 출처-포스텍 제공)

포스텍 연구팀이 고대 로마 시대 황제와 교황만 사용할 수 있었던 ‘바다의 황금 섬유’ 시실크 (Sea Silk)를 국내산 키조개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황동수 환경공학부 교수, 이기라 화학공학과 교수, 최지민 환경연구소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26일, 멸종위기로 채취가 금지된 지중해산 조개 대신 국내 연안에서 양식 중인 키조개의 족사를 활용해 시실크를 재현하고, 색이 바래지 않는 구조의 비밀까지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전했다.

시실크는 ‘피나 노빌리스(Pinna nobilis)’라는 지중해 조개가 바위에 부착하기 위해 내뿜는 족사로 만든 최고급 섬유다.

황금빛의 색감, 가벼운 무게, 탁월한 내구성으로 ‘전설의 실크’라 불렸지만, 현재는 EU의 채취 금지로 생산이 사실상 중단돼 극소수 장인들만이 극히 소량을 만들 수 있는 유물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키조개의 족사가 물리적·화학적으로 피나 노빌리스의 족사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해 전통 방식처럼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 섬유가 황금빛을 띠고 수천 년 동안 변색되지 않는 이유를 규명했다.

핵심은 ‘포토닌(photonin)’이라는 둥근 단백질이 여러 겹으로 쌓이며 빛을 특수하게 반사해 나타나는 구조색 현상이다.

구조색은 염료나 안료 없이도 색을 표현하며, 단백질 배열이 정돈될수록 색이 더욱 선명해진다.

연구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일반적으로 버려지던 키조개 족사 부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섬유로 전환함으로써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친환경 패션소재로의 응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황동수 교수는 “변색 없는 구조색 섬유 기술은 금속이나 화학 염료 없이도 지속 가능한 색 구현이 가능해 향후 친환경 패션산업과 첨단소재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세종과학펠로우십,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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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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