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오은영에게 고통 털어놨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이 MBN ‘오은영 스테이’를 찾아 가슴 속 깊은 슬픔과 상실을 고백했다.
7일 방송된 ‘오은영 스테이’에서는 비극적인 사고 이후 남겨진 유가족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날 방송에는 유가족 땅콩과자가 출연해 “작년에 있었던 비행기 참사로 아빠를 잃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무안공항을 이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와 충돌 사고로 희생된 179명 중 한 명의 딸로서, 그날의 참혹했던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땅콩과자는 “굉장히 다정한 아빠였다. 제가 30대 중반임에도 늘 ‘공주’라 불러 주셨다. 밤늦게 오면 항상 마중 나와 있었고, 손녀를 무척 아껴서 매일 영상통화를 하셨다”며 아버지와의 따뜻했던 일상을 회상했다.
이어 “마지막 통화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손녀를 보고 싶다며 데리고 오라고 하셨지만, 저는 출국 예정이라 ‘다녀와서 뵙자’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당일, 단체 채팅방에서 접한 사고 소식은 믿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는 “기사에서 탑승객 명단을 보고 아빠 이름을 발견했다. 공항에 가서 계속 기다렸지만, 끝내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땅콩과자는 “승객 전원 사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차라리 고통이 짧으셨길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의 발인 날 눈이 내렸던 기억도 떠올렸다. “아빠는 눈이 오는 날이면 항상 아침 일찍 나가서 시동을 걸어주셨다. 그날이 아빠와의 마지막 날이었다”며 깊은 그리움을 토로했다.
땅콩과자는 “매일매일이 후회다. 이별이란 언젠가는 오는 거라지만,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오니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이 사고가 점점 잊히고 있는 듯해 가장 힘들다. 끝난 게 아니라 그냥 멈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을 결심하기까지도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유가족의 고통을 작아 보이게 할까 봐, 나서서 말하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순간에 시간이 멈출까 봐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버지를 추모하며 낭독했던 편지와 그 이후의 반응을 언급하며 씁쓸한 현실을 공유했다.
“댓글 중에 ‘슬픈 사람이 저러고 있겠냐’, ‘쇼하는 거다’라는 말도 있었다”며 “슬퍼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뭔가 해보려는 유가족에게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말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해 일부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현실을 직접 말하며, 그는 “방송에 나오는 것도 큰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의 시간은 계속 멈춰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MBN ‘오은영 스테이’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오은영 박사와 1박 2일을 함께 보내며 위로와 치유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
이번 방송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한 이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치유의 시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