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부상 선수에게 건넨 응원의 걸개…K리그2 감동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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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환
충남아산 팬이 문지환 부상 쾌유를 비는 걸개를 걸어 화제다 (사진 출처 - 인천 유나이티드)
문지환
충남아산 팬이 문지환 부상 쾌유를 비는 걸개를 걸어 화제다 (사진 출처 –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 K리그2 충남아산 서포터스가 인천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문지환을 향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례적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 소속이 아닌, 상대팀 선수의 쾌유를 비는 걸개가 경기장 응원석에 내걸리면서 팬심을 넘어선 ‘축구 공동체’로서의 연대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20라운드 인천과 충남아산의 맞대결 현장. 이날 충남아산 원정 응원석엔 ‘문지환 선수의 쾌유를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걸렸다.

문지환은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인천이 아닌 충남아산과도 과거 인연이 없는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석에 이같은 걸개가 등장한 배경은 바로 그가 최근 입은 큰 부상 때문이다.

문지환은 지난달 29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김포FC와의 경기 후반 막판, 동점골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골키퍼 손정현과 충돌했다.

그는 곧바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후 정밀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후방 십자인대 파열, 내외측 연골 손상, 내측부인대 손상까지 복합적인 부상이 확인되며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회복까지 최소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이번 시즌은 물론 내년 상반기 복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1991년생으로 선수 경력 중반을 넘어선 문지환의 커리어에 있어 이번 부상은 단순한 부상을 넘어 인생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는 위기다.

팬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안타까움이 이어졌고, 특히 충남아산 팬 정진혁 씨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정 씨는 구단을 통해 “우리 팀 선수가 아니더라도 너무 크게 다쳤고, 우리 선수들도 언제든지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선수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쾌유를 기원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팬심을 넘어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의 공감과 배려가 응원 걸개로 이어진 것이다.

이 걸개는 경기 직후 인천 팬들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빠르게 화제가 됐다.

인천 팬들은 충남아산 구단의 SNS를 찾아 “감동적인 걸개였다”, “감사하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느껴졌다”는 댓글을 남기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의 본질이 승패만이 아님을 다시금 일깨운다.

소속팀이나 지역을 넘어 축구라는 하나의 공통 언어로 연결된 팬들과 선수들 사이의 연대와 공감은 종종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 울림을 전한다.

특히 부상이라는 개인적 시련 속에서 응원과 위로를 받는 것은 선수에게도 커다란 힘이 된다.

한편, 인천 구단에 따르면 손정현은 문지환에게 전화로 사과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문지환이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였던 탓에 문자 메시지로만 사과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해당 충돌 장면에 대해 사후징계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당시 주심의 무카드 판정이 정당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지환은 현재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술 일정을 조율 중이다.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향후 복귀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팬들은 그의 건강한 복귀를 응원하고 있다.

이날 걸개는 단지 한 명의 선수에게 보낸 응원을 넘어, K리그 전체에 따뜻한 울림을 전달한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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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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