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독주 흔들…디아즈·위즈덤 치열한 양강 구도

르윈 디아즈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KBO리그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삼성 라이온즈의 디아즈가 주춤한 사이, KIA 타이거즈의 패트릭 위즈덤이 막판 추격에 불을 지피며 후반기 홈런왕 경쟁 구도가 다시 불붙고 있다.
디아즈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전반기에서 88경기 출전, 29홈런을 기록하며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시즌 도중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그는 첫 풀타임 시즌에서 압도적인 장타력을 과시하며 홈런왕 예약에 가까웠다.
뒤를 따르던 선수들과의 격차도 분명했다.
LG 트윈스 오스틴 딘과 위즈덤이 각각 20개로 공동 2위였고, 그 뒤를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17개, KT 위즈 안현민과 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이 각각 16개로 추격했다.
전반기 중반까지만 해도 디아즈의 독주는 견고해 보였다.
6월 18일 두산전에서 시즌 26호와 27호 홈런을 연속으로 쏘아 올렸을 당시, 2위와의 격차는 8개. 이미 홈런왕 굳히기에 들어간 듯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부터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 이후 13경기 연속 무홈런에 그쳤고, 전반기 마지막 17경기에서도 단 2개의 홈런만 추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위즈덤이었다. 5월 허리 통증으로 잠시 이탈했던 그는 6월 복귀 이후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6월 19일부터 7월 10일까지 18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었다.
최근 12경기에서만 7개를 때려낸 위즈덤의 폭발적인 페이스는 디아즈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두 선수 간 홈런 격차는 한때 15개까지 벌어졌지만, 현재는 9개 차로 좁혀졌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위즈덤의 상승세가 디아즈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오스틴과 데이비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실질적인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디아즈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감을 끌어올린 그는 후반기 재정비를 마치고 반등을 노린다.
홈런왕은 개인 명예뿐 아니라 소속팀의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은 2011년 최형우 이후, KIA는 2009년 김상현 이후 홈런왕이 없다. 두 팀 모두 아직 외국인 타자 홈런왕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편, 디아즈는 후반기에 21개를 추가할 경우, KBO 역대 4번째로 50홈런 고지를 밟는 선수가 된다.
이승엽의 54개(1999년), 56개(2003년), 심정수의 53개(2003년), 박병호의 52개(2014년), 53개(2015년)에 이어 새로운 기록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 타자 시즌 최다 홈런은 야마이코 나바로가 기록한 48개로, 디아즈가 이 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홈런왕 경쟁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독주로 끝날 듯했던 레이스가 추격전 양상으로 바뀌면서, 올 시즌 KBO리그 후반기는 두 외인의 장타 대결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