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기관도 대거 금 매수…거래량 폭증한 이유는?

2025년 상반기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에 눈을 돌리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 가격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해 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가 2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KRX 금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 거래량은 37.3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거래소 금시장이 문을 연 이후 최대 기록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며, 지난해 연간 거래량인 26.3톤도 반년 만에 초과 달성한
셈이다.
투자자 유형별로는 개인 투자자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전체 거래량 가운데 개인이 차지한 비중은 46.9%로, 전년 대비 3.9%포인트 증가했다.
이어 기관 투자자가 34.0%, 실물 사업자가 19.1%를 각각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 계좌도 빠르게 늘고 있다.
증권사를 통해 개설된 개인 명의 거래 계좌 수는 지난 3월 기준 145만개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0%
증가했다.
거래량 뿐 아니라 금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1kg 기준 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상반기 평균 가격은 1g당 14만4000원으로, 지난해 평균 가격인 10만6000원에 비해 36.7%나 뛰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중국과 유럽의 경제 회복 지연, 중동과 동유럽에서의 갈등 심화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달러 대비 금의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환율 리스크를 우려한 자산가들의 금 매수세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측은 “금은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정에 대한 대표적인 회피 수단으로서, 다양한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자산”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장 참여자 확대와 함께 금 관련 ETF, ETN 등의 금융상품이 새로 상장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
점도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는 거래소 금시장 연계 ETF 1종목과 ETN 1종목이 각각 신규 상장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실물 금을 직접 매입하지 않더라도 주식시장처럼 편리하게 금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는 젊은층과 초보 투자자들에게도 금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다만 거래소는 투자 확대에 따른 과열 양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조정 가능성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은 중장기적인 가치 보존 수단으로 접근해야 하며, 단기 급등락에 따른 매매보다는 분산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 시장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국제 정세가 안정되지 않는 한
안전자산 프리미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제도적 기반이 안정화되면서 투자자 신뢰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